안전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한 형식적 선임이 아니라,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지탱하는 핵심 축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관리자나 관리감독자 선임서를 대필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서류 위조를 통해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배경 사건, 그리고 현장에서 실무자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Ⅰ. 왜 ‘허위 작성 처벌안’이 나왔는가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안전관리자 선임 및 업무 관련 서류는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니라,
-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증빙자료
- 산업재해 원인 규명 시 핵심 근거
- 사업주의 법적 책임을 입증하는 자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름만 빌려 쓰는” 경우가 많아,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발의안은 바로 이런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Ⅱ. 현행 제도와 한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는 안전관리자의 선임과 보고 의무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 조문만으로는 “누가 직접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지, 대필이 가능한지”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서류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오해되는 사례가 많았고, 사고 발생 시 허위 작성된 서류가 오히려 근로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Ⅲ. 사건 사례: 경동건설 사망사고(2019)
2019년 부산의 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가 대표적입니다.
- 피해 노동자가 관리감독자로 선임됐다는 서류가 재판 증거로 제출됨
- 법원에서는 “관리감독자로 선임될 만큼 경험이 있었으나 개인 과실로 추락했다”는 논리로 판단
-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현장 관리자가 대필·위조한 문서였음
이 사건은 법률 공백으로 인해 서류가 오히려 피해자 책임 전가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Ⅳ. 개정안 주요 내용
2025년 9월 발의된 산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2717)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전관리자·관리감독자 등 선임 및 업무 관련 서류는 본인이 의사에 따라 직접 작성해야 함
- 동의 없는 대필·허위 작성은 형사처벌 대상이 됨
- 처벌 수준은 법률안 검토 중이나, 형법상 사문서위조와 유사한 형량(징역형·벌금형 병과)이 예상됨
Ⅴ. 실무 영향: 무엇이 달라지나
- 사업주: 형식적 서류 작성 관행 불가. 위반 시 직접 법적 책임
- 안전관리자·관리감독자: 본인 동의 없는 대필 거부할 법적 근거 확보
- 노동자: 억울한 관리감독자 지정 사례 예방
Ⅵ. 체크리스트 (실무용)
- ✅ 선임서·업무분장표는 본인이 직접 작성·서명했는가?
- ✅ 전자문서의 경우 개인 인증·전자서명 기록이 남는가?
- ✅ 대리 서명, 도장 대여 등 관행은 완전히 차단했는가?
- ✅ 서류 보관·검증 체계(내부감사, 안전보건위원회 보고)가 마련돼 있는가?
- ✅ 사고 발생 시, 해당 문서가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는가?
- ✅ 대필·위조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증적이 준비돼 있는가?
- 자필 서명 및 날짜 기재
- 전자결재·로그 기록 보관
- 작성·협의 과정을 남긴 이메일·메신저 자료
- 정기 검증 절차로 내부 확인
Ⅶ. 결론 및 전망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서류 몇 장을 더 철저히 관리하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서류의 진실성 확보”를 통해 사업주의 안전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입니다. 현장에서는 이제 ‘안전관리자 서류 = 법적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대필·위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내부 규정과 교육을 서둘러야 합니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형량과 범위가 구체화되면, 실무자는 그 즉시 제도 정비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신문, 「안전관리자 관련 자료 허위 작성 처벌안 발의됐다」 (2025.09.05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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