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에서 유해가스·분진·미스트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면 작업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냄새와 자극입니다. 심한 경우 두통·기침·눈 따가움이 나타나고,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암·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소배기장치(LEV, Local Exhaust Ventilation)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요구하는 필수 안전설비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설계도면을 열어 보면, 후드 위치는 맞는데 캡처 속도가 부족하거나, 덕트 구경은 크게 설계해 놓고 반송 속도가 기준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배풍량은 계산했지만 압력손실이 반영되지 않아 실제로는 팬이 공기를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컨설팅 업체 설계라고 해서 100% 신뢰할 수 없고, 안전관리자 스스로 설계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후드 선택 → 캡처 속도 → 배풍량(Q) → 덕트 직경과 반송속도 → 압력손실과 팬 선정 → 설계 검토 포인트까지 한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초보 안전관리자도 설계도와 계산서를 보면서 “이 설계가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가시성이 좋은 구조와 예시 위주로 설명합니다.
Ⅰ. 국소배기장치 설계의 전체 흐름 이해하기
국소배기장치는 오염원을 “발생 지점에서 바로” 포집하여 외부로 배출하는 설비입니다. 일반 환기(실내 전체 공조)와 달리, 국소배기는 필요한 곳에만, 필요한 공기량으로 오염원을 제거합니다.
기본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염원을 포집하는 후드(Hood)
- 공기를 이송하는 덕트(Duct)
- 흡입력을 만들어 내는 팬(Blower)
- 필요시 분진·가스를 처리하는 집진기/스크러버
설계는 항상 다음 순서로 생각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 ① 어떤 공정을, 어떤 후드로, 어느 위치에서 포집할 것인가?
- ② 그 후드 앞에서 필요한 캡처 속도는 얼마인가?
- ③ 후드 면적과 캡처 속도로 배풍량(Q)을 계산했을 때, 합리적인가?
- ④ 이 배풍량을 기준으로 덕트 직경을 정했을 때 반송속도가 기준을 만족하는가?
- ⑤ 전체 덕트·부속·후드·집진기를 통과하는 압력손실을 합했을 때, 팬 정압이 충분한가?
- ⑥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값이 법령·가이드라인·현장 상황과 모순이 없는가?
Ⅱ. 후드의 종류와 선택 기준
(1) 후드 종류 개요
후드는 단순한 “구멍”이 아니라, 오염원을 어떻게 잡을지 결정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포집형 후드(Capturing Hood): 후드 입구로 오염원을 끌어당기는 형태입니다. 연마 작업, 용접, 화학 실험대 배기 등 작업자 바로 옆에서 빨아들이는 후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밀폐형 후드(Enclosing Hood): 오염원이 발생하는 공간을 최대한 둘러싸서, 적은 공기량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형태입니다. 도장부스, 건조기, 반응기 외벽 배기, 실험실 후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 수신형 후드(Receiving Hood): 용융금속이나 고온 가스처럼 위로 올라가는 오염물질을 “받아주는” 형태입니다. 용해로 상부 후드, 용접 상부 큰 후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 후드 선택 시 실무 체크포인트
- 작업자가 어느 방향에서, 어떤 자세로 작업하는지 (고개를 숙이는지, 몸을 집어넣는지 등)
- 오염물질이 위로 뜨는지, 옆으로 튀는지, 바닥 쪽으로 가라앉는지
- 작업대 주변에 문·창문·송풍기 등 횡류(cross draft)가 있는지
- 작업 특성상 밀폐형이 가능한지, 아니면 포집형·수신형으로 타협해야 하는지
같은 도장 작업이라도, 좁은 밀폐형 부스 안에서 하는 경우와 개방된 작업장에서 하는 경우 필요 배풍량과 후드 구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설계 단계에서 이 차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설치 후에도 “왜 배기가 안 되지?”라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Ⅲ. 캡처 속도(Capture Velocity) 설정
(1) 캡처 속도의 의미
캡처 속도란, 후드 입구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 오염원을 빨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최소 공기속도를 말합니다. 단순히 후드 안에서의 속도가 아니라, 작업 위치에서의 속도가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용접 작업에서 용접부 바로 위에서 연기가 후드를 향해 끌려 들어가야 하는데, 연기가 위로만 올라가고 후드 쪽으로 오지 않는다면 캡처 속도가 부족한 것입니다.
(2) 공정별 권장 캡처 속도 범위
ACGIH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캡처 속도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염원 발생 조건 | 예시 | 권장 캡처속도 (ft/min) |
|---|---|---|
| 정지에 가까운 공기, 단순 증발 | 탱크 표면 증발, 세정조 | 50 ~ 100 |
| 약한 공기 흐름, 저속 분출 | 용접, 도장, 저속 충전 | 100 ~ 200 |
| 빠른 작업, 분진·가스 혼재 | 분쇄, 이송, 드럼 충전 | 200 ~ 500 |
| 고속 분출, 매우 난이도 높은 제어 | 연마, 샌드블라스트, 고속 절단 | 500 ~ 2,000 |
실제 설계에서는 위 범위에서 하한/상한 중 어디를 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실내 공기 흐름이 거의 없고, 독성이 낮으며, 간헐 작업 → 하한값 쪽
- 문·창문 개방, 선풍기·송풍기 가동, 독성·생식독성 물질, 연속 작업 → 상한값 쪽
후드와 작업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같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배풍량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후드를 가까이 가져가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개선책입니다.
Ⅳ. 배풍량(Q) 계산 – 후드 면적 × 캡처 속도
(1) 기본 공식
배풍량(Volumetric Flow Rate)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Q = A × V
A: 후드 개구 면적 (m² 또는 ft²)
V: 캡처 속도 또는 후드 개구 속도 (m/s 또는 ft/min)
(2) 계산 예시
예시 1 – 사각형 후드
- 후드 개구: 가로 0.6 m × 세로 0.4 m → A = 0.24 m²
- 설계 캡처 속도: 0.6 m/s
- Q = 0.24 × 0.6 = 0.144 m³/s ≈ 305 CFM
예시 2 – 도금조 표면 배기
- 탱크 표면적: 2.0 m²
- 권장 배기량: 0.07 m³/s·m²당
- Q = 2.0 × 0.07 = 0.14 m³/s ≈ 296 CFM
같은 공정이라도 후드 유형과 캡처 속도 선택에 따라 Q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항상 공정 특성 → 기준값 확인 → 후드 면적 → 속도 선택 → Q 계산 순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Ⅴ. 덕트 설계 – 직경과 반송 속도
(1) 반송 속도(Transport Velocity)의 의미
반송 속도란 덕트 내 공기 흐름이 분진·미스트를 가라앉지 않게 유지하는 최소 속도입니다. 가벼운 가스·증기만 다루는 시스템과, 모래·금속분 같은 무거운 분진을 다루는 시스템의 요구 속도는 당연히 다릅니다.
(2) 오염물질별 권장 반송 속도
| 오염물질 유형 | 권장 반송속도 (ft/min) | 권장 반송속도 (m/s) |
|---|---|---|
| 가스·증기 | 1,000 ~ 2,000 | 약 6 ~ 10 |
| 용접흄, 가벼운 먼지 | 2,000 ~ 2,500 | 약 10 ~ 13 |
| 일반 산업 분진 | 3,500 ~ 4,000 | 약 18 ~ 20 |
| 무거운·습한 분진 | 4,000 이상 | 20 m/s 이상 |
속도가 너무 낮으면 덕트 바닥에 분진이 쌓여 막힘·화재 위험이 커지고, 너무 높으면 소음·진동·압력손실이 과도하게 증가해 팬 용량과 전력 비용이 커집니다. 설계자는 항상 “분진이 쌓이지 않을 만큼 빠르면서, 과도하지 않은 속도”를 찾아야 합니다.
(3) 덕트 직경 계산 공식
원형 덕트 직경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D = √(4Q / (πV))
D: 덕트 직경 (ft 또는 m)
Q: 배풍량 (ft³/min 또는 m³/s)
V: 덕트 내 공기속도 (ft/min 또는 m/s)
예시 – 500 CFM, 3,000 ft/min일 때
- Q = 500 CFM, V = 3,000 ft/min
- 계산 결과 직경 ≈ 7.8 in → 통상 8 in(200 mm) 덕트 선정
여러 후드가 합류하는 트렁크 덕트는 각 분기 덕트에서 흘러오는 유량을 합산하여 Q를 다시 계산한 후, 해당 반송속도 기준으로 직경을 재산정해야 합니다.
Ⅵ. 압력손실과 팬 선정
(1) 압력손실 요소
국소배기 시스템의 전체 정압(Static Pressure)은 다음 요소들의 합으로 결정됩니다.
- 직선 덕트의 마찰손실
- 엘보·티·축소·확대 등 부속의 국부손실 (등가길이로 환산)
- 후드 입구손실
- 집진기·필터·스크러버 차압
- 배출 스택(굴뚝)의 상부 저항
(2) 압력손실 계산 흐름
예시적인 계산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각 구간별 덕트 길이를 파악한다 (예: 10 m + 8 m + 12 m …).
- 각 구간의 유량·직경에 대응하는 마찰손실(100 ft당 Pa 또는 mmAq)을 표에서 찾는다.
- 엘보·티 등 부속품을 각 직경별 등가길이로 환산해 직관 길이에 더한다.
- 후드 입구손실, 집진기·필터 차압, 배출구 손실을 더한다.
- 이 값의 합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정압(SP)이 되며, 해당 유량–정압 조건을 만족하는 팬을 선정한다.
OSHA 가이드에서는 팬 전·후단에 충분한 직선길이를 확보할 것을 권장하며, 일반적으로 팬 입구 6D, 출구 3D(D: 덕트 직경) 정도의 직선구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구간이 부족하면 추가적으로 시스템효과(system effect)에 의한 손실을 여유로 더 잡아야 합니다.
Ⅶ. 설계 검토 및 PSM 제출 – 업체 설계를 검증하는 눈
(1) 업체 설계도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되는 이유
현장에서 자주 보는 문제 중 하나는, “설계는 업체에서 알아서 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 후드 크기는 그럴듯하지만 캡처 속도 근거가 없음
- 덕트 구경은 넉넉한데, 반송속도가 분진 기준에 미달함
- 배풍량 계산은 있으나, 압력손실 계산이 빠져 팬 선정이 막연함
- 팬 성능곡선(Fan Curve)과 실제 요구 유량·정압 조건이 맞지 않음
- 외국 기준 값을 그대로 가져와 국내 법령·실정과 맞지 않는 경우
결국 사고가 나거나, PSM 심사 과정에서 지적을 받으면 책임은 업체가 아닌 사업주와 안전관리자에게 돌아옵니다. 따라서 설계 검토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입니다.
(2)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가? – 5가지 핵심 포인트
안전관리자가 설계도·계산서를 받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후드 배치와 작업 동선
후드–작업면 거리, 작업자가 후드 흐름을 몸으로 막고 있지 않은지, 포집형·밀폐형·수신형 선택이 공정에 적합한지 확인합니다. -
2) 캡처 속도 근거
공정별 권장 범위(ACGIH 등)와 비교해 과도하게 낮거나 높은 값이 아닌지 확인합니다. 횡류·독성 수준·작업 빈도에 따라 상·하한 적용이 적절한지도 봐야 합니다. -
3) 배풍량(Q) 산정 근거
후드 개구 면적과 캡처 속도의 곱으로 계산되었는지, 단위 오류는 없는지, 도금조·탱크류라면 면적당 기준치가 적절히 적용되었는지 검토합니다. -
4) 덕트 속도·직경의 일관성
분진 특성에 맞는 반송속도인지, 지름이 커진 구간에서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는지, 분기관 합류부에서 유량 계산이 정확한지 확인합니다. -
5) 압력손실과 팬 정압
덕트 전체 길이 + 등가길이 + 후드 손실 + 집진기 차압 등 모든 요소가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이 값과 팬 성능곡선 상의 운전점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3) 안전관리자가 갖추어야 할 설계 검토 역량
정리하면, 안전관리자는 최소한 다음 네 가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 후드–배풍량–덕트–속도–압력손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능력
- “기준 → 계산 → 도면” 순으로 설계를 역추적해 보는 능력
- 팬 성능곡선을 보고 유량·정압이 적정 범위에 있는지 확인하는 능력
-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법령 기준과 설계 내용의 부합 여부를 검토하는 능력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예: 산업안전보건법)과 공단·부처에서 발간하는 국소배기 가이드, ACGIH Industrial Ventilation 매뉴얼 등 기본 자료를 꾸준히 참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Ⅷ. 정리 – 초보 안전관리자를 위한 국소배기 설계 핵심 요약
마지막으로, 국소배기장치 설계와 설계 검토를 위한 핵심 포인트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소배기장치는 일반 환기와 달리 발생원에서 즉시 포집하는 설비이다.
- 후드 유형(포집형·밀폐형·수신형)을 공정·작업자 동선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 캡처 속도는 공정 조건·독성·횡류 등 요소를 고려해 공인된 기준 범위 안에서 결정한다.
- 배풍량 Q는 후드 개구 면적과 캡처 속도로 계산하며, 탱크류는 면적당 기준치를 활용한다.
- 반송속도는 오염물질의 특성에 따라 1,000~4,500 ft/min 이상으로 설정한다.
- 덕트 직경은 Q와 V로부터 계산하고, 마찰 및 부속 손실을 합산해 팬 정압 요구치를 산출해야 한다.
- 업체 설계를 100% 믿기보다, 안전관리자가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계산서를 검토하는 것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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